春點秋線 춘점추선

Exhibition Details 

春點秋線 춘점추선

Aug 18 - Oct 10, 2015

11:00 - 18:00 월요일 휴관

갤러리아쉬 헤이리


Artist 

김은주, 김혜란, 나지석, 이진이

단 한 선


믿을 수 없는 이야기 아무것도 없었다. 


빛도 열도 공간도 심지어 시간조차 없었다. 그것은 실재하길 바라는 우리가 상상할 수조차 없는 완전한 무(無)의 존재였다. 알 수 없는 공무(空無)의 세계에 하나의 점이 생겨났고, 점에는 어떤 무엇도 만들 수 있는 것들로 가득했다. 어느 날 그 점은 엄청난 폭발(BIG BANG)을 하였고, 그 속에서 지금 존재하는 모든 것의 근원이 나왔다. 그렇게 밤하늘의 끝없는 빛은 단 한 점에서 출발하였다.   


이 이야기는 동화나 소설 속 허구가 아니다. 우리가 살아가는 지구를 품고 있는 우주탄생에 관하여 가장 유력한 사실로 받아들여지는 이론이다. 또한, 그 경외로운 팽창은 지금 현재에도 유효하게 일어나고 있다. 


그것은 광활한 팽창이다  


가늠조차 할 수 없는 커다란 공간은 현재도 끝없이 나아가고 부풀어지고 있다. 실존하는 모든 것을 만드는 광채를 지닌 동시에 모든 본질 또한 삼켜 버리는 어둠인 우주는 헤아릴 수 없는 힘을 바탕으로 실재하며 실재하지 않는다. 이렇듯 우주적이라는 비교 불가의 크기 속에서 물과 불은 반대가 아닌 다름의 같은 형제일 뿐이다.


인간적 크기로의 변환 


비단 한계를 매기길 수 없는 하늘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봄을 알리는 꽃들도 커다란 나무의 새싹들도 시작은 하나의 작은 씨앗이다. 겨울을 견디고 살아남은 씨앗들이 봄을 만들어간다. 사람도 하나의 점에서 태어났으며, 저 아래에서 저 위 끝까지 생명을 지닌 것들은 같은 태생의 모양새를 가진다. 생을 견디고 살아남은 인간이 역사를 이루어간다. 그리고 고뇌를 견디고 창조하는 인간이 소우주를 빚어간다.


예술적 크기로의 변환 


작품과 작업의 점은 어떻게 출발하는가. 우주를 닮은 사람은 또 다른 우주의 탄생을 어떻게 만들어 가는가. 세대를 뛰어넘으며 감동을 전하는 작품들도 하나의 점에 출발했을 것이다. 행위 점을 벗어난 열과 성의 점을 말하는 것이다. “위치는 있지만, 부분이 없는” 마치 기하학에서 말하는 점의 정의처럼… 우주의 처음과 같이 그들(작가)도 작업을 시작할 것이다. 응축된 열정의 점은 폭발할 것이고, 무한한 예술적 시공간으로 덮어 갈 것이다.


우주의 믿을 수 없는 이야기는 . 지금 그들이 그려가는 창조의 이 순간에도 고요히 팽창하고 있다. 


김승환   

김은주

자화상 


거울을 보며 자화상을 그릴 때에는 내 모습과 그림이 닮았는지 본다.

거울을 치우고 나를 그리면 그림 속에서 나는 잊고 있었던 나를 발견한다. 


김은주 작가노트 中

김혜란

현실에서의 궁핍함과 고통으로부터 해방되고자 강박적으로 만들어 나가는 사적인 세계는 지극히 안정적이어야 한다. 

존재의 유무를 떠나 끝없이 찾아내고자 하는 이러한 욕구는 나에겐 반복적 자위행위와도 같다.

이 세계의 풍경은 유토피아와 디스토피아의 두 가지 측면 모두를 포함한다.

이 둘 사이의 갈림길, 즉 경계에 놓여 있는 풍경이라고 말하고 싶다. 

나는 이 경계에 대한 얘기를 내 작품에 드러내고자 한다. 현실세계를 비판하거나 개선하기 위해 나만의 세계를 만드는 것이 아니다. 

나에게 있어 작품제작은 나의 트라우마를 들춰내고 이를 조율해 나가는 과정이다. 

내가 왜 계속 도피를 하고자 하는지 내 안의 자아들에게 묻는 과정이다. 

쉼 없이 복잡한 내안의 여러 자아들을 위해 나는 조율한다. 마치 망가진 피아노를 끊임없이 조율하듯 말이다. 


김혜란 작가노트 中

나지석

올해 4월 도쿄 시부야에서 무지개 색깔의 물건들을 하나씩 지니고 걸어가던 수백, 수천의 행렬을 봤다. 

같이 있던 작가가 말하길 저들은 동성애를 지지하는 무리들이고, 무지개는 퀴어의 상징물이라고 했다. 

얼마 전 서울시청 앞에서도 퀴어 문화축제가 있었고, 그보다 조금 전에는 미국에서 동성 간 결혼이 합법화 됐다. 

이런 움직임의 반대쪽에서는 가톨릭과 기독교가 동성애를 반대하는 시위를 퀴어 축제와 동시에 벌이기도 했다.

중간에 퀴어이자 기독교신자인 무리들의 고백적 지지 시위도 있었다.

교조주의와 본능이 맞부딪친 상황에서 퀴어들의 조금 과격한 표현을 질타하는 시선도 있지만 

그 많은 무리가 대도시의 한복판을 가로지르는 것을 보며 인간은 끝없이 다양성의 존중을 획득하기 위해 싸운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지석 작가노트 中

이진이

 한 여름의 뜨거운 볕에 데인 살갗은 천천히 시간이 흐르고 나서야 겨우 거무스름한 빛깔을 아쉬움의 징표처럼 남긴 채 아뭅니다. 

무더위가 본격적으로 시작되기 전에 시작된 고민들은 빨갛게 부어올라 짓무르고 

그로인한 고통을 동반하다가 이제 겨우 피부가 벗겨지는 간지러움에 움찔거리는 정도가 되었습니다. 

여름을 아직 떠나보내지 못하였고 가을은 아직 멀어 보입니다.

이번 작품들은 그 언저리 어디쯤에서 껍질이 떨어져 나가듯 만들어진 것들입니다. 


이진이 작가노트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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